(쌍흑) 子供

다자이와 같이 일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나카하라는 알게됐다. 이거, 완전히 애라는걸.

사람위에 사람 있고 그 위에 자신이 있다는 태도. 자신의 마음에 안들면 말투부터 달라진다. 존대도 반말도 아닌 거슬리는 말끝으로 사람의 신경을 긁는건 예삿일이다. 오죽하면 휘하의 부하들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한달을 못 넘기고 갈려나갈까. 뭐, 아무리 고운 말이라도 다자이 놈이 하는 말은 제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것 뿐이다.

그렇지만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들으면 다자이의 피드백은 적절했다. 그러나 평소 그의 태도와 인망없는 점도 한몫해서 아무리 맞는말도 고깝게 느끼는 건 모두가 같은 심정인 듯 했다. 오죽하면 두 사람이 싸우고 있을 때 전후사정은 차지하고 ‘어쨌든 다자이 간부 후보(님) 잘못이다’ 라고 주변에서는 맹목적으로 나카하라를 편을 들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나카하라 자신도 그다지 좋은 성격은 아니었다. 굳이 따지면 타는 쓰레기와 안타는 쓰레기인데, 쓰레기라는 점에서 다를바 없다. 그렇다고 다자이 앞에서 이걸 순순히 긍정하는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날도 어김없이 임무끝에 이어지는 싫은 소리를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적당히 흘리며 나카하라는 길가의 돌멩이를 걷어찼다.

“열심히 지껄여라. 떠드는 네 입만 아프지.”

많은 말을 삼키고 툭 내뱉은 감상에 다자이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내 일그러지는 입가에 조소가 걸렸다

“츄야는 그럴만도 해.”

이기지 못하는 싸움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다자이가 특유의 잘난 표정으로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여간 말하는 꼴 하고는. 나카하라는 혀를 차고 등을 돌렸다.

두 사람의 이런 교환은 드문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말이 격해지면 손이나 발부터 나가는 것도 심심찮게 있었다. 평소에는 맞는게 아파서 싫다며 얄밉게 잘도 피해다니던 놈이 어느날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날아드는 주먹을 피하기는 커녕 되려 얼굴을 들이밀었다.

으레 피하겠거니, 방심하고 있다가 놀라서 황급히 팔을 뺐다. 이능력을 쓰지 않아도 가감하지 않은 힘이 실린 제 주먹을 맞는건 무방비로 맞는건 훈련된 사람에게도 위협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주먹이 얼굴에 직격하며 화려한 소리가 터졌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때린 자신도 손맛이 더러웠다. 수수깡을 쳐도 이거보단 타격감이 있겠네. 그대로 몇 미터를 날아 떨어진 녀석은 바닥에 구르며 먼지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휘적휘적 걸어가 웅크린 채 앓는 녀석을 툭툭 발로 쳤다.

“멋대로 맞은거니까 일으켜주진 않는다.”

“응, 나도 사양이야.“

그러냐. 필요 없다는 놈에게 호의를 베풀 정도로 다정한 인간은 아니었으므로 나카하라는 미련없이 자리를 뜨려고 했다. 바닥에 얼굴을 붙인채 웅얼대는 소리가 귀에 들리지만 않았다면.

“—기분, 괜찮네.”

······뭐? 반사적으로 멍청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다자이 녀석, 머리를 너무 세게 맞아서 정신을 놨나. 못박힌 듯 자리에 굳은 나카하라를 목만 빼꼼 뺀 채로 올려다봤다.

“츄야는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잖아. 안되는 머리로 고민한다고 낑낑댈 걸 생각하면 꽤 즐거워.”

미간이 저절로 좁혀진다. 먼지투성이의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사람답지 않게 한없이 밝은 음성은 진심으로 즐겁게 들렸다. 다자이가 나카하라를 괴롭히는 것에 늘 진심인건 의심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었다. 미친소리 하나 둘 더한다고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가만히 당하고만 있는것도 성미에 맞지 않는다. 나카하라는 대답 대신 다자이의 말간 면상을 걷어찼다. 악! 새된 외마디 비명이 터지는 것을 들으니 그나마 속이 후련했다. 무뢰배, 폭력사범— 근육만 들어찬 괄태충 등등 쉴새없이 쫑알대는 소리를 가볍게 무시하고 지나쳤다.

얼굴 위로 흘러내린 검은 머리카락과 반쯤 얼굴을 가린 붕대 덕분에 정말로 웃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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