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흑) 어떤 가능성의

* 가능세계, 취향뿐인 SS

비릿한 웃음, 나카하라는 입꼬리에 비소를 걸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는 저를 조롱하고 있었다. 역광에 다자이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 어둑한 실루엣을 보던 나카하라는 끊길 듯 약한 숨을 삼켰다. 아아, 가장 최악의 결말이었다. 그런만큼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예상한 결말이었다. 나카하라는 이마를 향해 겨누어지는 총구를 보며 눈을 감았다.

“······.”

총성이 한 번 울렸다. 공간은 공명을 만들어 몇 번이나 메아리처럼 그를 반복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깔끔한 동작이었다. 다자이는 이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터져나간 악우의 머리, 였던 그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사실 얼굴이라고 부르기도 미안한 형태에 가까웠다. 남은 건 질척하게 땅에 스며드는 피와 그에 섞여 불투명하게 흐르는 뇌수 뿐인데, 허공엔 여전히 웃음이 배여 있었다. 다자이는 손을 휘저어 그 환영을 헤쳤으나 비웃듯 다시 그는 모였다. 데굴데굴, 동그란 안구 하나가 시신경이 예쁘게 끊긴 채 굴러가다 근처에 멈췄다.

딱히 좋아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게까지 싫어하지도 않았다. 일반적으로는 애증, 이라고 분류하는 감정일까. 하지만 세상 어떤 단어도 이것을 표현할 언어화는 될 수 없었다. 자신이 겪을 일이 과거에도 없었고 웬만하면 미래에도 없을 감정이 흥미로웠다고 하면 그나마 말이 맞았다. 그게 아니었다면 그냥 재미있었던 걸지도. 다자이는 중얼거리며 피범벅이 된 제 손을 탁탁 털었다. 당연하게도 그 정도로는 역부족이었다. 특유의 피냄새가 지워지려면,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것이다.

——만약.

조금 다른 곳에서 만났더라면, 어쩌면 좋은 친구가 되었을지도 모르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허공의 나카하라가 깔깔 웃었다. 다자이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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