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 2/27

• 본편과 B 태재가 만난다면······(if)
• 자공자수 미만의, 과거랑 현재의 ‘나’ 를 마주하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남자’ 는 눈을 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남자의 ‘몸이’ 눈을 떴다.제3자의 시선으로 제 모습을 바라보게 된 그는멍한 얼굴로 그 기상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초점이 맞지 않는 두 눈이 주변을 천천히 흝는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

—……

동공엔 제 모습이 비치질 않는다. 단지 저를 통과한 방안의 풍경만 담길 뿐. 남자의 몸은 눈을 깜박였다. 흰 벽과 특유의 소독약 냄새. 그 와중에 허공에 부유한 자신의 형상을 쳐다보고, 상처하나 없이 말끔한 제 손을 다시 한 번 바라본 남자는 손바닥으로 눈가를 덮었다.

“……망했군.”

*

[나는 자네를 싫어하지 않네. 오히려 좋아하는게 아닐까? 동정도 일단은 호의로 분류된다고 하니까. —하지만 그것뿐이야]

붉은 머플러가 흡사 피를 먹은 천과 같았다. 아니, 실제로 그랬다.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바닥을 적시고 목소리를 빼앗았다.

천위를 스치는, 상처를 탐색하는 듯한 손길이 불쾌했다. 몸을 틀어내자 남자가 더는 웃고있지 않았다. 무심한 얼굴이 싫을 정도로 자신과 닮았다. 허공에서 부딪친 시선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아마도 고개를 돌린쪽은 자신이었을 것이다.

아물지 않는 상처는 죽은 피를 흘려내고, 남자는 속삭였다. 서서히 다가오는 그 악몽같은 찬미.

“가엽게도.”

—모르고 있는건 자네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