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 4/27

• nkdz (라기는 미만의 느낌이지만) 

밤이다.

창밖에서 흔들리는 나무가 스산한 소리를 내고, 저 멀리 보이는 지평선 너머로 새 한 마리가 날갯짓하며 날아간다. 자연에서 들려오는 잔잔한 소리를 제외하면, 너무나도 고요해서 다른 소리가 섞이면 짜증이 날 것도 같았다.

째깍, 째깍. 며칠 전 선물 받은 시계가 정적을 깨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래되어 작동을 잘 안 하지만 귀한 시계라며 떠넘기듯 준 사람이 다자이가 아니었다면 진즉 버렸을 물건이었다. 꼭 선물한 사람을 닮아, 이상하게 제대로 맞춰두어도 금방 느려져, 신경에 거슬리는 째깍 소리와 함께 움직인다. 덕분에 12시 12분임에도 시계는 11시 12분을 지나고 있었다. 건전지를 빼버릴까. 신경질적인 시선이 시계를 향할 때였다.

띠링.

중요한 사람의 번호만 저장되어 있는 개인 폰이 울렸다. 가끔 장난 전화나 광고 문자가 오기도 했지만, 그건 이런 늦은 시간에 올 법한 것이 아니었다. 누군지 짐작한 나카하라의 입에서 저절로 한숨이 배어 나왔다. 여보세요.

“그쪽 여보 아닌데요, 저.”

아, 그러냐. 입모양만으로 대답한 나카하라는 두 말 없이 빨간 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지금 전화 끊으려고 했지?”

[······.]

칫, 혀를 차는 나카하라에 수화기 너머로 어이없어 하는 목소리가 흘렀다.

“츄야는 정말 참을성이란게 없구나.”

[네 놈이 지껄이는 헛소리에 낭비하는 시간이 아까울 뿐이다만]

“흐응. 모처럼 휴일에 밤을 혼자 보내는데 그렇게 서운했어? 허—니.”

꿀처럼 끈적하게 늘어지는 발음도 매끄럽게 떨어진다. 세 치 혀로 남을 가지고 노는데 도가 튼 다자이의 언행은 나카하라를 상대로 유난히 더 짓궂었다. 전화기를 쥔 손에 순간적으로 힘이 들어가자 손등에 핏줄이 도드라졌다. 삐걱거리는 마찰음이 수화기 너머로도 전해지자 다자이는 언제나의 파락하는 반응이 수 초 내에 돌아올 것을 예상했으나,

“···아쉬운건 내가 아니라 이렇게 전화하고 있는 ‘자기’ 인거 아냐?“

노성대신 능글맞은 태도로 받아치는 대꾸에 전화기를 떨어뜨리고 만 것은 오히려 다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