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side : O.L

오카자키 사무소는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약소한 사무소다. 과거형이 아닌건 몹시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업계에 뛰어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사실이기도 했다. 그들이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건 아이돌 뿐만 아니라 예능업계에서도 탑을 달리는 아이돌 Re:vale의 소속사라는 것, 단 하나였다. 


이때문에 업계에서는 Re:vale가 대단한 약점을 잡힌건지, 혹은 오카자키가 대단한 수완가인지를 두고 늘 의견이 분분했다. 그도 그럴게 오카자키 사무소는 다른 아이돌은 커녕 다른 예능인이나 연기자조차 없었다. 말이 좋아 사무소지 Re:vale를 빼면 가족경영의 폐단을 적나라하게 보일뿐인 부끄러운 실적밖에 없었다. 뻔뻔하기 그지없는 사장은 ‘Re:vale를 발굴해 낸 안목으로 충분하잖아‘ 라고 떠들어대서 주변의 빈축을 사기 십상이었다. 사장의 한심한 소리는 일상이니 그렇다쳐도 오카자키는 요즘들어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렇다, Re:vale가 최근 아주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어서다.

연예계가 시덥잖은 루머로 소란스러운게 하루이틀은 아니고 Re:vale 정도의 자리에 있으면 더욱 그랬다. 사람이라면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은 것 이상으로 높은 곳에 있는 것을 떨어뜨리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상대는 업계 큰 손 중 하나인 츠쿠모.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아주 집요하고, 악독하게 그들을 물어뜯고 있었다.
솔직히 츠쿠모는 과거의 영광에 취한 뒷방 늙은이라 생각했는데 최근 취임한 새로운 사장은 상당히 수완가라는건 거짓말이 아닌 듯 했다. 하긴, 신생그룹 ŹOOĻ 를 성공적으로 데뷔시키고 그 화제성을 기반으로 업계 곳곳에 손을 뻗치고 있는것만 봐도 방심할 수 없는 상대가 맞았다. 가능하다면 지금처럼 적당히 거리를 두며 중립관계를 유지하는 정도가 좋았을텐데 자사 아이돌이 츠쿠모에게 꽤 미움을 산 모양이다.

조간신문 1면을 화려하게 장식한 유키의 과거논란을 훑고 그대로 신문을 접었다. 사무실에 출근하면 TV를 켜는게 일과였지만 유키의 좋지 못한 루머만 나올거라 아예 전원을 켜지도 않았다.

[데뷔를 위해 재기 불능한 파트너를 버린 사람]

향간에서는 유키를 그렇게 매도하고 있었다. 사무소로서는 떠도는 루머에 하나하나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유키가 그걸 원하지 않았다. 사정을 아는 오카자키로서는 유키를 설득하고 싶었지만 상대가 ’그‘ 유키다. 차라리 은퇴를 하면 했지 반리와의 과거를 팔아서까지 이 상황을 타개하려고 들진 않을거다. 괜히 건드렸다가 욱 해서 홧김에 은퇴 선언이라도 한다면······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게 가장 무섭다. 오카자키 사무소는 Re:vale에게 강요할 수 있는 절대적인 ‘갑’ 은 아니었다. 덕분에 사장과 아이돌 사이에 낀 오카자키의 속만 타들어갔다.

[인디때부터 자기 음악을 위해서라면 다르건 아무래도 좋은 녀석으로 유명했거든요. 전 파트너 버리고 잡은 현재 파트너도 결국 그런거 아닐까요?]

인디시절 유키토를 기억한다는 사람들의 증언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는게 이렇게 갑갑한 일이었구나. 오카자키는 목이 죄어오는 듯한 감각에 끝까지 밀어올린 넥타이를 조금 풀어내렸다.

—— 안녕하세요!

라이브 하우스에서 스태프로 잡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항상 웃는 얼굴로 인사하던 순진한 검은머리 소년을 기억한다. 관계자라면 더 좋은 자리를 받을법도 한데 늘 객석 뒷편에서 누구보다 즐거운 얼굴로 무대를 즐기고 있는 것도 기억한다. 유키의 설득에 시간이 걸린다는 반리의 말에 기다리겠다 대답하면서도, 오카자키는 내내 소년의 얼굴이 한켠에서 떠나지 않았다. 만에 하나 반리에게 아무일이 없었고 예정대로 두 사람이 데뷔를 하게 되었다고 해도.

‘······저는 모모 군에게 아이돌을 하지 않겠냐고 물었을거에요.’

그것은 모모에게도, 유키에게도——사장에게도 말하지 않은 오카자키 린토의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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