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 10/27

물도 없이, 마구잡이로 털어넣은 알약은 혀끝에 쓴 맛을 남기며 힘겹게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끈적하게 들러붙어 있는 불유쾌한 감각이 못내 사랑스러워, 그는 단단히 감은 붕대 아래의 목울대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이대로 영영 제 호흡을 틀어막는다면 좋을텐데. 그런 부질없는 바람과 함께. 넘기는 것은 그렇다 해도 약효는 또 빨랐다. 여전히 졸음이 산더미같이 몸을 짓눌러 한참을 눈도 못 뜨고 비틀거리던 다자이는 결국 의자 다리에 몸이 부딪쳐 앞으로 자빠지고야 말았다. 그 요란한 소리에 문이 쾅 소리를 내며 열렸다.

…괜찮습니까?

응, 괜찮아.

말과는 달리 다리에 힘이 풀렸다. 바닥으로 가라앉는 다자이를 붙잡아 올린 팔이 그를 들어올렸다. 집무실을 가로지른 발걸음이 소파 앞에서 멈췄다. 푹, 몸이 아래로 잠긴다. 무릎의 통증을 느끼기 전에 늘어진 몸에 퍼지기 시작한 약효에 다자이의 속눈썹은 몇 번 버티다 다시 스르륵 내려간다. 그리고 올라오지 않았다. 잦아드는 숨소리에 방이 다시 고요해졌다. 곧 끊어질 듯 미약한 호흡대신 느리지만 확실하게 뛰는 맥박을 확인한다. 일련의 과정을 모두 지켜 본 남자는 다시금 조용히 방을 뒤로 했다.

문이 닫힌 지 채 한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자이는 번쩍 눈을 떴다. 멍한 눈빛으로 몸을 일으킨다. 그제야 저릿하게 신경을 타고 고통이 올라온다. 아릿한 고통을 자극삼아 하나하나 무력하게 내려앉던 안개들을 걷어냈다. 소파에 앉은 다자이는 더없이 말끔한 정신으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본다. 언젠가부터 그의 수면과 기상은 늘 이런 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