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 12/27

“네놈도 감기 같은 거에 다 걸리는구나.”

“나도 사람이거든.”

당연한 말인데, 세상에서 제일 의외인 말을 들은 기분이었다. 그렇지. 사람이지. 사람이었지.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그 표정은?”

콜록, 짧게 기침하며 다자이가 삐죽댔다. 나카하라는 죽과 약이 들어있는 봉투를 내려놓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네 녀석 앞에선 감기 바이러스도 질려서 도망갈 것 같으니까.”

“나도 사람이라고 방금 말한 것 같은데.”

같은 말을 두 번 하게 만들어서인지 다자이의 얼굴은 퍽 짜증스러웠다. 하지만 뭐, 하루이틀 보는 표정도 아니고. 오히려 그에게는 매우 당연한 ‘평소’ 모습이었다. 다자이는 그린듯 꾸민 얼굴을 보이려는 노력조차 없이, 제 앞에서는 꽤 다양한 감정을 보이는 편이었다. ······아마도.

“너한테 불가능한 게 또 뭐가 있지?”

“내 능력밖의 일이라면 뭐든. 가령 물 속에서 숨을 쉰다거나, 미래를 예지한다거나, 혹은.”

바이러스 때문일까. 마주친 시선에선 열이 느껴졌다.

“사랑에 빠질 상대를 스스로 고른다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