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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해하기가 어려워.

다자이는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아름다운 웃음이었다. 입술끝에 걸린것은 명백한 조소였지만 그 형태는 아름다웠다. 본디 악의는 선의보다 빛나는 법이다. 네 녀석도 마찬가지지. 나카하라는 나직하게 말하고서 쥐어낸 칼끝에서 손을 떼었다. 굳어있던 손가락이 살짝 떨렸으나 침착하게 표정을 감췄다. 틈을 보이면 언제든 등을 내주는 것이 그들의 관계였다.

나카하라는 탐욕스러운 만큼 체념하는 법을 알았다. 철저하게 잃어 본 사람은 철저하게 포기하는 법을 안다. 손에 그러쥐기 위해 아귀처럼 긁어 모으더라도 절대로 등 뒤로 손을 뻗지는 않는다. 그것이 미덕이고 비극이었다. 차라리 희망이라도 가지면 좋으련만, 나카하라는 그게 부질없는 노력임을 충분히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