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 18/27

온몸을 감싼 검은 천 아래 곧게 뻗은 등이 곧다. 목각 인형처럼 미동없는 등을 보고 있으면, 유난히 도드라지는 자리에 진 그늘을 쫓는다. 소매는 딱 맞지만 품은 넉넉한터라 더욱 눈에 띄었다. 무심코 손을 뻗으면 인기척에 반응하며 순식간에 몸을 내뺐다.

“무슨 짓인가요.”

물음표가 없는 딱딱한 말투부터가 이미 질문은 아니었다. 불쾌감을 숨기지 않은 소년이 딱 손 하나만큼 벌어진 거리에서 자신을 노려봤다. 스친 손을 거두며 모리는 웃었다.

“다자이 군은 너무 말랐어.”

잘 먹고 다니게. 상냥한 어른의 말투에 한층 더 눈매가 사나워 진다. 잔뜩 뿔이 난 모습이 꼭 고양이를 닮았다. 그리 말하면 분명히 화를 내겠지. 하지만 아이앞에서 이정도 감상을 감출 연륜은 있었다. 명백한 혐오를 드러낸 다자이가 홱 몸을 돌렸다. 순간 펄럭였다 가라앉은 천 위로 드러나는 윤곽은 흡사 천사의 날개와 같았다. 이미 날개를 잃어, 땅에 떨어졌을 뿐인 흔적기관이지만.

“역시 이대로가 좋을까?”

“……기분 나빠.”

변태로리콘 같으니라고. 웃으며 중얼거린 말에 각종 매도의 욕설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