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 17/27

나카하라는 속이 끓는 것이 견딜 수 없다는 것이 역력한 움직임으로 가슴 포켓을 한참 뒤적이고는, 속이 비어있다는 것을 알자 인상을 찌푸리며 찬장을 열었다. 세심하게 종이에 쌓여 찬장 깊이 봉인처럼 숨겨져 있는 담배갑이 모습을 드러낸다. 소년은 눈을 깜박였다. 그러고보면 그는 최근 두개의 목표를 세웠었다. 하나는 위에 언급된 대로, 열받으면 욕하는 버릇을 고치는 것. 나머지 하나는 금연. 전자는 지금 구석에 박혀 궁상떨고 있는 누군가 덕분에 쉽게 지켜지지 않았지만 후자는 꽤 오래 가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오늘까지가 한계였나보다. 그런 소년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담배를 꺼내들어 능숙히 불을 붙이고──그 능숙함은 무려 가스레인지의 불을 쓰는 것이라는 점이지만, 여가의 대부분을 주방에서 보내는 편이니 라이터보다 이쪽이 더 익숙하다 해서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래도 볼 때 마다 신기하기는 했다. ──색이 옅은 입술이 필터를 물어낸다. 그러나 빨아들인 한모금도 채 뱉어내기 전에 자신의 옆에 아쿠타가와가 있다는 걸 알아챘는지 아, 하고 낮은 그을음을 냈다.

<아이와 환자 앞에서는 피우지 않는다> 그것은 나카하라가 흡연을 시작할 때부터 정한 신조였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아쿠타가와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전자에 속해 있었다. 이런 걸 신경 쓸 정도의 이성은 돌아왔을까. 신경쓰지 말라는 뜻으로 가볍게 고개를 저었지만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처럼 연기를 뱉었다. 담배를 끼운 왼손이 입술에서 떨어져 머리카락이 내려진 이마를 짚는다. 담배의 불씨가 닿을 듯 해 조금 위태로워 보였지만 다행히도 그런 실수를 할 정도로 어리숙하지는 않다. 입속으로 조금 낮은 짜증을 뱉은 듯한 그는 싱크대 위에 담배를 비벼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