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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하키 쌍흑

그건 정말 더럽게 운이 없는 사고였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위세의 포트마피아 간부 둘이 나란히 그 ‘사고’ 에 휘말릴 거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지만. 만약 알았다해도, 바닥에 떨어진 꽃 좀 만졌기로서니 구전으로나 떠돌던 도시전설 같은 병에 걸린다고 생각이나 할까. 하지만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현실은 현실이었다. 

“······.”

두 사람은 입에서 토해 낸 꽃을 두고 잠시 말이 없었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다자이였다.

“일단, 감염은 확정인듯 하네.”
“그런건 말 안해도 알아. 이거—완치하기 위한 조건이 뭐라고?”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는 거라고.”

의학서를 믿는다면. 덧붙인 말에도 나카하라는 그의 입에서 나온 ‘사랑’ 이란 단어에서 이미 표정이 썩고 있었다. 지금 세상에서 제일 못 들을 말을 들은거 같은데. 다자이 역시 한껏 경멸이 담긴 눈으로 그를 째려보았다.

“역겹기는 나도 마찬가지니 혼자만 피해자인 척 말아줄래?”
“네 녀석이랑 말하면 피곤하니까, 입다물고 그 시간에 다른 방법이라도 생각해봐. 원래 머리 쓰는건 네 전문이잖냐.”
“지금 뇌에 주름도 없어 생각도 못하는 괄태충이라고 인정한거야?”
“······그 입 다물라고 했다.”

꾹 움켜쥐는 주먹에 검은 가죽장갑 아래로도 툭 튀어나온 힘줄이 도드라진다. 그걸 본 다자이의 눈이 더욱 가늘어졌다. 아, 천박하다. 어쩌다 이런 뇌통과 이렇게 귀찮은 일에 얽힌거지. 사랑같은걸 이루느니 그냥 맞고 죽는게 빠르고 확실한 해결법인데. ······라면, 잠깐? 순간 다자이의 머릿속을 스치는 묘안이 있었다.

“······츄야.”
“뭐야. 또 헛소리 할 거면—“
“—애초에 그런 감정이 없으면, 전제 조건이 성립하지 않잖아.”

구토 중추 화피성 질환—통칭 하나하키 병. 열렬히 짝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발병한다는 희귀 질병. 그 사람이 토한 꽃을 만지면 감염되어, 진정한 사랑을 찾아 결실을 맺어야 완치된다…는 황당한 이야기지만 감염된 이상 확실히 존재하는 병이란건 확인했다. 다자이가 늘 지분대는 것과 달리 나카하라는 머리가 나쁜편이 아니었다. 그는 다자이가 말하고 싶은 핵심을 바로 파악했다.

“시도해 볼 가치는 있겠네.”

사랑이 이뤄져야 해소되는 병이라면, ‘연정’ 이 없다는게 확인되어도 자연스레 나을것이 아닌가? 보통은 상상하기 힘든 궁극의 역발상이었다. 막연한 ‘사랑’ 을 이루기보다 버리는 편이 빠르겠지. 빠르게 눈빛을 교환한 두 사람은 구체적인 입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차츰 열의를 띠기 시작한 대화속에, 떨어진 붉은 꽃이 창문 너머로 불어 온 바람에 나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