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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daza (CP)

시야를 감싸던 등을 기억한다.

수수한 색의 코트였다. 이렇다 할 브랜드도 아니었고, 뛰어난 재질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었다. 특징없는 갈색코트.
옷이 입는 사람을 닮는 건지 사람이 옷에 묻어가는 건지, 그야말로 수수하고 성실한 그에게 어울린다고 하면 욕이 될까.
그렇게 말하더라도 그는 미약한 웃음을 띄웠을 것이다. 살짝 처진 눈매를 기억한다. 옅은 바다의 색.

—당연히 알지.

친구니까, 한 숨을 쉬고 약간 악센트를 넣던 목소리.

······오다사쿠.

다시는 눈을 뜨지 않을 사람을 향해 가만히 중얼거린다. 철의 비린내가 났다. 그것은 피의 냄새였다.

누워있는 남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문득 고개를 숙여 남자의 얼굴을 다시 응시한다. 선한 인상의 선이 굵은 얼굴. 단정하게 다물린 입술까지 빈틈없는 느낌을 준다.

그 입술이 주었던 몇 개의 다정한 말들을 청년은 기억했다. 그 작은 것들, 조그마한 것들. 차라리 기억나지 않으면 좋을 것을. 아직 소년의 태를 벗지 못한 청년은 허무한 듯이 가볍게 웃음 짓는다. 입술끝에 머금어진 것은 일종의 자조다.

사람을 죽이고 옭죄는 것은 기억이다. 편리하게 모두 잊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뇌는 효율적인 기관이 못된다. 어중간하게 기억하고 어중간하게 잊는다. 기억이 추억이 되고, 미화되고 포장되어 눈물을 머금는다.

청년은 자신에게 있어 그가 추억이 될 것을 안다.
그것이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