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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y님의 중세 오다자를 보고싶다! 였으나 어째 상관없는 욕망만이

담벼락을 따라 피어난 흰 민들레가 곧게 뻗어있었다. 매일같이 밟히다보니 사람이 밟는 자리를 피해 자라난 것만 같다. 좀처럼 사람이 다니지 않는 뒷골목이지만 대로보다 훨씬 가깝다는 이유로 이쪽을 애용했다. 천애고아인 자신을 거둬 준 빵집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자처한 배달원 일을 빠르게 해내는데는 이쪽이 훨씬 유용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특히 어른들은 구 도심의 뒷골목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건 뒷골목에 필연적으로 꼬이는 질나쁜 무리 때문이었다. 그들은 단순히 돈이 궁해 주머니나 터는 좀도둑이 아닌 ‘양’ 이라고 불리는 집단이었다. ‘양’ 은 먼저 공격하거나 뒷골목에서 나오는 일은 없었으나, 찾아오는 외부인—특히 어른에 한해서 무척 호전적인 것으로 유명했다. 습성은 들개나 쥐에 가까운데 어째서 양이라고 불리는가 물어보면 아주 오래전 건너 온 누군가가 그렇게 자칭한 것이 대대로 내려오고 있다고 했다.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한 골목을 조용히 헤쳐나간다. 타인의 눈치를 살피며 살아온 탓에 숨을 죽이고 다니는게 몸에 밴 탓이다. 인기척이 없는게 기분 나쁘다는 말도 종종 듣지만 이런 위험지대에서는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아직까지 어린 아이를 죽였다는 말을 듣진 못했지만 조심해서 나쁠 없다. 돌아갈때는 도심에 위치한 서점이라도 들리고 싶어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골목 끝자락에서 익숙한 광경을 보고 발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오늘은 좀 늦었네, 오다사쿠.”

마구 흐트러진 검은 머리에 손목과 목을 감싼 붕대. 훤칠한 키에 어울리는 갈색 코트를 입은 늘씬한 남자가 팔랑팔랑 손을 흔들어온다. 태평한 인사에 살짝 눈을 찌푸렸다.

“나는 오다사쿠가 아니라고 했을텐데.“

”아니, 누가 뭐래도 넌 오다사쿠야.”

”그러니까, 나는 아니라고 했을텐데······.“

“그렇다면 왜 모른척하지 못할까?“

이곳에는 도시전설이 넘쳐난다. 무형의 외계 생명체의 폭주로 생겨난 땅, 도시를 통째로 날려버릴 뻔한 용의 재림, 마피아, 백지의 책.

그리고 몇 천년간 살고 있다는 ‘유령’.

그정도는 아니라고, 처음 만난 날 남자가 정정해주긴 했다. 그렇다 해도 죽지도 늙지도 않는 육체로 수백년을 살았다는건 부정하지 않았다. 유령이 살아있다는 표현 자체가 모순적이라 지적했더니 심장이 뛴 채로 움직이는 이상 엄연히 살아있는 것이며 유령이란건 제 이름을 모르는 이들이 적당히 붙인 것이니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건 모두 오다사쿠 때문이니까. 이렇게 다시 만난이상,“

가능하다면 빨리 나를 죽여줬으면 좋겠어.
고작 14살인 자신에게 그런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며 남자——다자이 오사무는 웃었다.